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세상 모든 어린이들에게
밝고 건강한 미래를

아동위원 소식

아동들과 함께한 하루 -(산청군 지회 아동위원 민향식)

작성일    2006-01-12
조회수    1,262
                                  
뿌연 안개가 짙은 아침이다. 여름 꽃들이 풀 섶 사이로 부끄러운 듯 고개를 내밀고 있는가 하면 슬픈 사연을 지닌 달맞이꽃이 입술을 다문 채 단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군청 입구에 관광버스가 도착되어 있고 벌써 여기저기서 인솔해온 아이들과 아동위원들이 도시의 낯선 학교에 학부모 입장으로 입학식에 참석한 것처럼 다소 부자연스러운 분위기 같기도 하다. 학부모의 입장에서 벌써 멀어졌다가 모처럼 맞이한 학부모의 대역이 서툴기도 하지만 그래도 주어진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려는 모습에서 색다른 감동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다.
버스 안에는 초등학교 일학년에서부터 고등학생까지 성인이 다 되어 버릴 만큼 커 버린 학생들이 있었다. 모처럼 외출이라고 머리도 예쁘게 갈라 묶고 나비 핀을 꽂은 초등학교의 저학년은 그래도 어리둥절하지만 눈동자는 해맑았다. 그런데 중학교를 지나 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마지못해 끌려나온 것처럼 저 구석자리 한 귀퉁이에서 되도록이면 시선을 마주치는 것조차 꺼리고 세상 자체를 피하고 싶어 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첫 방문지는 산청군 단성면에 있는 양노원이었다. 인생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인생의 말년을 보여주는 연출은 아이들에게 어떤 인상을 심어 줬을까? 백발의 모습과 허리 굽혀진 노쇠한 모습 속에 그래도 반갑게 맞이하고 정갈한 모습이 이제 갓 피어나는 청초한 꽃들이 제대로 고개 들지 못하고 하늘을 두려워하듯 고개 숙인 아이들에게 그곳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이놈들아! 열심히 살아라.”고 꾸짖듯 타일러 주시는 것 같았다. “할머니!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십시오.” 란 말을 남기고 거제도를 향해 달려갔다. 거제도로 가는 긴 여정 속에 아동들의 마음의 문을 열고자 산청군의 소개와 지혜가 있는 지리산 자락의 산청인들은 보금자리가 좋아 훌륭한 사람이 될 바탕을 갖고 태어났다고 역설해 보며 산청의 훌륭한 인물들을 설명해 주었다. 아울러 마음의 문을 열기위해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눈망울이 또랑또랑한 미란이부터 시작하여 어느 학교 누구라고 인사하고 소개말이 끝날 때마다 잘했다는 격려와 박수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휴게소에 쉴 때는 어른 아이 구별 없이 아이스크림으로 더위와 목을 축이기도 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 한마디를 아끼지 않는 아동위원들의 다정한 모습은 옆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것 같았다.
거제국군포로수용소유적공원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의 눈은 확 달라졌다. 거제시의 문화관광해설사의 해설도 중요하지만 우선 시설들이 아동들에게 호감을 주는 B34탱크라든지 모형도 등은 참 잘 만들어져 아이들에게 호기심과 함께 학교 교육의 현장 체험을 잘 살릴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지금은 호기심 정도로 보지만  여기를 견학한 우리 아이들이 비극으로 얼룩진  역사 한 장면을 보고 다시는 이런 비극의 역사를 되풀이 하지 말아야겠다는 체험의 장으로 인식되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점심을 먹고 거제도의 산모퉁이를 돌고 돌아 섬의 이색적인 풍경과 함께 검푸른 바다의 아름다움을 청소년의 감성으로 만끽했으리라 믿으며 저 멀리 아련히 가물가물 파도를 헤쳐 가는 고깃배와 끝없이 펼쳐지는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어려운 역경을 이겨내고 한없이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야망의 바다로 바라보기를 아동위원 모두는 기원하고 있는 듯 했다.
다음은 구조라 해수욕장을 지나 해상농원 외도와 해금강을 관광할 차례였다. 구조라 승선 장에서 기다리는 동안에 아이스크림을 사서 아이들과 우리 아동위원이 나눠 먹었다. 교훈적인 가르침도 좋지만 아이스크림 하나하나를 나눠 먹는 것이 하나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우리 아동위원과 아이들이 북적이는 대기실에서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는 모습은 누가 봐도 한 가족들의 나들이로 볼 것이며 더 이상 어찌 친근함을 표시 하랴?  뚜우~ 하는 뱃고동 소리로 시작되는 해금강과 외도의 관광은 아이들을 태운 선장의 안전 교육이 아이들의 행동을 조심스럽게도 하고 겁도 나게 하였다. 뱃전을 때리는 철썩하는 파도 소리와 갈라지는 푸른 바다의 너울들은 용궁으로 행하는 신비만큼이나 경이롭고 모험심을 아이들에게 안겨 주었다. 해금강의 십자동굴은 123m의 절벽과 60m의 수심으로 산골아이들에게 잘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높고 깊었다. 갖가지 형상을 한 바위와 동굴의 모습은 아이들이 커가는 추억의 밑거름이 되어주길 바랐으며, 스치듯 지나가는 이웃의 유람선에 손을 흔들어 답례하는 모습은 그래도 닫힌 문이 바다의 너른 품안에서는 열리지 않을 듯싶은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것 같아 ‘그래. 그래야지.’하며 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해금강을 돌아 외도농원에 오를 때는 뙤약볕의 기승이 오를 때로 올라 숨이 목까지 턱턱 막히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좋은가보다. 7000여종의 식물 중에 희귀식물도 많지만 무인도를 이렇게 아름다운 해상공원으로 일궈낸 부부의 성공담은 외도보다 더 아름다웠다. 돼지 농장 등 실패의 연속 끝에 38년의 가꿈 역사를 지닌 외도에 대해 돌아오는 길에 재삼 설명을 해주었다. 우리 모두 꿈을 가지자고…….  청소년 여러분은 얼마든지 이런 꿈을 갖고 열심히 공부하여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맘속으로 빌기도 하고 타이르기도 했다. 지리산 자락의 산골 아이들에게 망망대해의 섬 해금강과 외도를 돌아보고 오는 길에 배를 처음으로 타본 학생들은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더니 대부분이다.
산청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무리도 할 겸 아이들에게 다시금 질문을 던져 본다. “자! 산청을 상징하는 마스코트는 뭐 지요? 그리고 산청을 상징하는 새는? 나무는? 꽃은?...... 아는 대로 손들기가 바쁘다. 우리는 산청인이고 지리산은 아름다운 산이라고 다시금 일깨워 준다. 더불어 지리산에는 아름다운 숲과 강이 있고 그 속에는 우리와 함께 하는 많은 자연이 있는데 우선 나무와 풀은 어떻게 다를까요? 물어보고 이어서 토론의 방을 만들었을 때 이제까지 말 한마디 하지 않았던 윤규는 자신도 모르게 번쩍 손을 들고 나무는 나이테가 있고 풀은 나이테가 없다고 답을 한다. 나비와 나방은 어떻게 달라요? 아는 사람은? 했을 때 아는 지식을 총동원해서 답하는 아이들의 환해진 얼굴과 적극적인 모습에 하루를 마감하면서 많은 그림들이 아름답게 채색됨을 느꼈다. 어린아이에서부터 나이 많으신 아동위원들이 소화하기에 위험한  코스임에도 선처를 해주신 군청의 관계공무원의 배려도 고맙고  하루만이라도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잘 해볼까 노심초사 하시는 최삼옥 회장님을 비롯한 우리 아동위원님들은 물론이고 초등학교 1.2.3학년을 쌍둥이처럼 예쁘게 단장해 내 보낸 산청 왕림사 주지 스님의 보이지 않는 자비심에 아동위원 모두는 감동하고 아이들에게 좋아하는 게 뭐냐고 묻는가 하면 갖고 싶은 게 뭐냐고 물으며 다음에 다시 만나자는 진심어린 관심에 아이들의 마음의 문이 열리고 세상을 보는 눈망울이 또렷해짐을 느꼈다고 할까?
다시금 되새겨보면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많았다.
긴 여정에 전문 레크리에이션 지도자가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우리 경남 아동위원협의회에서 이런 지도자 한 분쯤은 모셔서 도내 지원을 해줬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도 해본다. 우리 같은 작은 군에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생들을 함께 하다보니 연령의 눈높이를 맞추기가 어려웠다. 이런 행사는 도 단위에서 같은 연령 대를 묶어서 하면 좋겠구나 하는 생각도 해보고 아니면 인근 시 A381; 군끼리 엮어서 같은 연령끼리 함께 하는 것도 좋을 듯싶었다. 그리고 도내 문화 유적지를 돌아보며 놀이와 지역의 문화 역사를 알려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무쪼록 아이들에게 무엇을 베풀기 보다는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내 생활을 다시금 성찰해 보는 하루였기에 아동위원의 배지를 달고 있음을 감사히 여긴다.